입학사정관 1세대들이 말하는 대학생활　

출처 : 중앙일보 6월 15일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합격한 친구들은 음악으로 말하자면 ‘크레센도(점점 크게)’와 같아요. 처음에는 미미한 잠재력으로 시작했지만 끝으로 갈수록 날개를 펴죠.” 9일 오후 서울 서소문공원에서 성균관대 신예은(20·여)씨가 입학사정관제를 이렇게 표현하자 건국대 박은경(19·여), 중앙대 김성현(19)씨가 맞장구를 쳤다. 이들은 모두 2009학년도 입학사정관제로 합격한 새내기. 내신 3~4등급이었지만 끼와 잠재력을 무기로 내신 1~2등급 학생들과 경쟁하며 첫 학기를 보냈다. ‘입학사정관 1기’라는 타이틀 때문에 각종 대학·고교 행사에 입학사정관 홍보도우미로 바쁘게 활동하면서도 최근 후배를 위해 책도 출판했다. “사회적 기대가 부담스럽지만 학업과 끼 둘 중 어떤 것도 포기할 수 없다”는 이들의 한 학기 소감을 들어봤다.

◆학교의 학업·생활 지도는

▶박은경=(명함을 내밀며) ＂학교가 미래의 꿈과 관련된 사람을 만날 때 자신을 알리라며 명함도 만들어줬어요. 교수들과 똑같은 양식으로 만들어 그럴듯해요. 입학사정관제 95명을 대상으로 한 합격수기 공모전에서 1등을 해서 노트북도 선물로 받았어요. 제가 받는 멘토링은 3개로 나뉩니다. 입학처·전공과목 ·교양과목 멘토 교수님들이에요. 입학사정관은 장학금과 진로지도의 도움을 주세요. 전공 교수님은 3~4월에 규장각과 창경궁·종묘 등을 함께 답사하며 장래 규장각 학예연구사의 꿈에 한 발짝 다가가게 했죠. 취업까지 책임져 준다니 든든해요.”

▶신예은=“부럽네요. 신입생들 사이에서 건국대·경희대·동국대가 학생 사후관리를 잘 해줘서 유명해요. 우리는 학교에서 적극적으로 멘토링을 해주지는 않고 1기 합격자들(50명)을 대상으로 내년 신입생의 멘토가 되라고 권해요. 하지만 합격자 상담이나 관리는 부족한 현실이죠. 저는 복지부에서 금주동아리를 지원한다는데 그런 곳을 찾아 도움을 청할 생각이지만 학교가 해준다면 더 좋겠죠.”

▶김성현=“중앙대도 학생들(30명)이 주체적으로 해야 돼요. 학생들이 어떤 식으로 공부할지 계획서를 써오면 입학처가 지원하겠다고 하죠. 전공과목에서 확실히 우위에 있는 것은 사실이에요. 제가 사회복지에 뜻이 있다는 것을 교수님과 친구들이 다 알아서 전공과목 수업에서 교수가 4대 보험 통합 문제 등 최근의 사회복지 정책의 동향을 따로 알려주고 연구과제를 개별적으로 내 주시기도 합니다.”

◆다른 전형 학생과 어떤 차이 있나

▶신예은=“다른 학생들에 비해 확실히 발상이 자유롭고 리더십이 있어요. 우리끼리는 만나자마자 금방 친해지고 네트워크를 중시하는 경향이 같아요. 내신 1~2등급이었던 학생들에게 공부법에 대한 자극을 받아 중간·기말 때는 밤새워 공부도 했어요. 발표수업에선 우리가 확실히 강점이 있어요. ‘영어회화’나 ‘토론수업’에서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주도적으로 발표하고 분위기를 띄운다는 평가를 받고 있죠.”

▶김성현=“일반전형으로 들어온 애들은 학점을 잘 따려고 쉬운 과목을 골라 듣는 반면, 입학사정관제 합격 학생들은 공모전 등 경시대회에도 끊임없이 지원해요. 새 영역으로 도전을 멈추지 않습니다. 저는 1학년 과대표를 맡고 있는데 공부도 뒤처지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발표를 매번 도맡아 해서 동기들이 좀 지겹다고 할 정도죠.(웃음) 하지만 생명과학 등 교양과목은 많이 어려워요.”

▶박은경=“꿈이 확실히 있어 공부하기가 수월해 하는 것 같아요. 학술적으로도 깊이를 더하려고 노력해요. 다른 학생은 벌써 2학기가 되면 전과를 생각하고 왜 공부하지는지 몰라 방황하지 않는데, 입학사정관제 학생들은 항상 머릿속에 뭔가 꾸미고 있는 게 보여요. 결과적으로 학점도 좋은 편입니다. 이번 학기 ‘한국 역사 속의 전쟁’ 중간고사에서 30점 만점에 29점을 받았어요.”

◆후배들 궁금증 풀 전도사로

▶신예은=＂최근 각 대학 신입생 5명과 힘을 합쳐 『Live 입학사정관 전형 5인 5색』이란 책을 냈어요. ‘신입생 가이드’ 동아리도 가입해 활동하고 있고요. 사이월드 클럽(club.cyworld.com/since2009cresendo)을 만들어 각 대학 입학사정관들의 수기를 모을 예정이에요. 입학사정관의 성패는 우리 손에 달려 있으니까요.”

▶박은경=“대학 세미나뿐 아니라 고교에서도 특강을 부탁해 와요. 수학 성적이 너무 안 좋아 좋은 대학 꿈을 접어야 했는데, 이런 전형이 생겨 정말 운이 좋았으니 이제 베풀어야죠. 모교인 경화여고 후배가 많이 들어왔으면 좋겠어요.”

▶김성현=“저도 적극 돕고 싶어요. 모교방문단을 신청해 학교 측이랑 설명회을 해요. 많은 학생이 선배의 포트폴리오 예시를 보면서 사교육 도움 없이도 합격하는 법을 공유하면 좋겠어요.”

글=이원진, 사진=김경빈 기자